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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란?|같은 12,900원도 정가를 먼저 보면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

by 호기심 많은 고양이 2026. 9. 18.

배가 어느 지점에서 닻을 내렸을 때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는 것처럼 인간의 사고가 초기에 제시된 기준으로 판단을 내리는 것을 앵커링 효과라고 합니다.

 

 

온라인 쇼핑을 하다가 이런 가격표를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정가 20,000원 → 할인가 12,900원

 

물론 12,900원은 실제로 20,000원보다 7,100원 저렴합니다.

 

그런데 앵커링 효과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가격이 7,100원 싸졌다”​는 사실이 아닙니다.

 

진짜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만약 처음부터 12,900원이라고만 적혀 있었다면 우리는 이 상품을 똑같이 저렴하다고 생각했을까?

 

12,900원이라는 숫자만 보면 비싼지 싼지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먼저 20,000원이라는 숫자를 보면 우리의 머릿속에는 하나의 기준점이 생깁니다.

 

그 순간부터 우리는 12,900원이라는 상품의 가격 자체보다 “20,000원짜리를 12,900원에 산다.”라고 생각하기 쉬워집니다.

 

행동경제학과 심리학에서는 이렇게 처음 접한 숫자나 정보가 이후 판단의 기준이 되는 현상을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라고 합니다.


1. 앵커링 효과란 무엇일까요?

 

 

앵커링 효과란 사람이 어떤 숫자나 정보를 처음 접했을 때, 그 정보가 이후의 판단과 선택에 기준점 역할을 하는 심리 현상입니다.

 

영어 Anchor는 배를 고정하는 ‘닻’​이라는 뜻입니다.

 

바다 위의 배가 닻을 내리면 그 주변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려운 것처럼, 사람의 생각도 처음 접한 숫자나 정보 주변에서 판단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처음 보는 와인이 있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아무런 정보 없이 “이 와인의 가격이 얼마 정도일까요?”라고 묻는 것과,

 

먼저“이 와인이 10만 원보다 비쌀까요?”라고 물어본 다음 가격을 추정하게 하는 것은 다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경우에는 이미 10만 원이라는 숫자가 머릿속에 들어와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 와인의 가치와 관계없이 가격을 예상할 때 10만 원이라는 숫자가 판단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앵커링 효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 정보 → 머릿속 기준점 형성 → 이후 판단이 그 기준점의 영향을 받음

 

앵커링 효과에서 중요한 것은 그 숫자가 반드시 정확하거나 합리적일 필요는 없다는 점입니다.

 


160유로 → 129유로 → 99.99유로 → 80유로로 할인된 옷 가격 (구매자 입장에서는 50% 할인되어 사기에 80유로를 이득봤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출처 : 사진: Mattes, 「Preisschild mit Reduzierungen (2020)」 , Wikimedia Commons, CC BY 2.0 DE )

2. 왜 20,000원을 먼저 보면 12,900원이 더 매력적으로 보일까요?

 

 

다음 두 가지 가격표를 비교해보겠습니다.

  • A  : 판매가격 12,900원
  • B  : 정가 20,000원   할인가 12,900원

두 상품의 실제 판매가격은 똑같이 12,900원입니다.

 

그런데 B에서는 소비자에게 하나의 추가 정보가 주어집니다.

 

바로 20,000원​입니다.

 

20,000원을 먼저 보는 순간 소비자는 자신도 모르게 이런 계산을 할 수 있습니다.

 

20,000원 - 12,900원 = 7,100원 할인

 

그리고 판단의 기준도 바뀝니다.

 

처음부터 12,900원이라고만 적혀 있다면, “이 물건에 12,900원의 가치가 있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20,000원을 먼저 보면, “20,000원짜리를 12,900원에 살 수 있네.”라는 생각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즉 앵커링 효과의 핵심은 가격이 실제로 싸졌다는 사실이 아니라, 소비자가 어떤 숫자를 기준으로 현재 가격을 평가하느냐​에 있습니다.

 

이를 더 쉽게 비유하면 자에 기준선을 먼저 하나 그어놓는 것과 비슷합니다.

 

아무 표시가 없는 자를 보면 어디가 높은지 낮은지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누군가 먼저 기준선을 그어 놓으면 이후의 판단은 자연스럽게 그 선을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가격에서 정가 20,000원이 바로 그런 심리적 기준선이 될 수 있습니다.

 

 


3. 행동경제학에서는 왜 앵커링 효과가 중요할까?

 

 

전통적인 경제학에서는 사람이 가격과 품질, 효용을 비교해 비교적 합리적으로 선택한다고 가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모든 상품의 적정 가격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처음 보는 운동화가 79,000원이라면 우리는 바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79,000원이 싼 걸까?
비싼 걸까?
원래 운동화 가격이 이 정도인가?

 

모든 정보를 조사하고 계산하려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사람은 판단을 쉽게 하기 위해 주변의 정보를 활용합니다.

 

이때 먼저 제시된 숫자나 정보가 강력한 기준점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인간이 비합리적이어서라기보다 복잡한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사용하는 판단 방식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처음 제시된 기준이 잘못되었더라도 우리는 그 기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정가 200,000원 → 할인가 129,000원 이라는 가격을 보면 71,000원을 할인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습니다.

 

“이 상품의 실제 시장가격은 얼마인가?”

 

비슷한 상품들이 대부분 120,000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다면 129,000원은 특별히 저렴한 가격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경제적 의사결정에서는 가격 자체뿐 아니라 가격이 어떤 방식으로 제시되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4. 쇼핑·메뉴판·요금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앵커링 효과

 

 

앵커링 효과는 우리가 매일 접하는 소비생활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가장 흔한 것이 정상가격과 할인가격입니다.

 

예를 들어 같은 운동화를 다음과 같이 판매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 쇼핑몰 A  79,000원
  • 쇼핑몰 B 129,000원  79,000원

실제 구매가격은 똑같습니다.

 

하지만 B에서는 129,000원이 기준점이 되어 79,000원이 상대적으로 매력적으로 보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음식점 메뉴판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 프리미엄 스테이크 89,000원
  • 스페셜 스테이크 59,000원
  • 클래식 스테이크 39,000원

59,000원만 따로 보면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로 위에 89,000원 메뉴가 있으면 상대적으로 59,000원이 적당한 가격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휴대폰이나 구독 서비스의 요금제도 비슷합니다.

 

  • 라이트 39,000원
  • 스탠다드 59,000원
  • 프리미엄 99,000원

99,000원이라는 높은 가격이 존재하면 59,000원이 중간 가격처럼 보입니다.

 

반대로

  • 29,000원
  • 39,000원
  • 59,000원

이라는 구성에서는 똑같은 59,000원이 가장 비싼 상품이 됩니다.

 

즉 소비자는 가격을 항상 절대적인 숫자로만 판단하지 않습니다.

 

주변에 어떤 가격이 함께 제시되는지에 따라 같은 가격을 다르게 평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정상가격이나 할인율을 표시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판매 이력이 없는 가격을 정상가격처럼 표시하는 등 소비자를 오인하게 만드는 행위는 앵커링 효과와 별도로 표시·광고 관련 규정의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5. 자동차·부동산·연봉 협상에서도 첫 번째 숫자가 중요합니다.

 

 

앵커링 효과는 상품 구매뿐 아니라 큰 금액이 오가는 협상에서도 나타납니다.

 

자동차 판매점에서 처음 차량 가격으로 5,500만 원을 제시받았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상담이 진행된 뒤 판매자가 말합니다.

 

“할인을 적용하면 4,900만 원까지 가능합니다.”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600만 원이나 할인받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처음 제시된 5,500만 원이 정말 적정한 기준이었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부동산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개사가 “집주인이 처음에는 8억 원을 원했는데 지금은 7억 3천만 원까지 낮췄습니다.”라고 말한다면 7억 3천만 원이 저렴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변 동일 평형의 실제 거래가격이 6억 8천만 원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8억 원이라는 숫자가 시장가치와 상관없는 강력한 앵커였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봉 협상에서도 비슷합니다.

 

회사에서 먼저 “이번 포지션의 연봉은 약 4,500만 원입니다.”라고 말하면 이후 협상은 4,500만 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지원자가 시장 연봉과 경력을 충분히 조사한 뒤 “비슷한 직무의 시장 수준과 제 경력을 고려하면 5,200만 원 정도를 기대합니다.”라고 이야기한다면 협상의 출발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동차, 부동산, 연봉처럼 큰 금액을 협상할 때는 상대방의 첫 번째 제안을 듣기 전에 시장가격과 나만의 기준을 미리 조사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6. 주식 투자에서도 내 매수가가 ‘앵커’가 될 수 있습니다.

 

앵커링 효과는 투자에서도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주식을 50,000원에 매수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후 주가가 35,000원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러면 투자자는 이런 생각을 하기 쉽습니다.

 

“원래 50,000원이었으니까 언젠가는 다시 50,000원까지 올라가겠지.”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내가 주식을 50,000원에 샀다는 사실은 기업의 현재 가치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습니다.

 

그동안 기업의 매출, 영업이익, 시장 환경, 경쟁력 등이 악화되었다면 기업의 적정 가치 자체가 달라졌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투자자는 자신의 매수가인 50,000원을 기준으로 현재 가격을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때 50,000원이 투자자의 심리적 앵커​가 됩니다.

 

또 과거 최고가도 앵커가 될 수 있습니다.

 

한때 100,000원이었던 주식이 50,000원이 되면 “반값이니까 싸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가격이 절반으로 내려왔다는 것과 현재 주식이 저평가되어 있다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닙니다.

 

투자에서는 “과거에 얼마였는가?”, “내가 얼마에 샀는가?”보다

 

“현재 기업의 실적과 가치가 어떻게 변했는가?” 를 따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 역시 투자하면서 매수가를 기준점으로 생각해 손절이나 투자 판단이 늦어진 경험이 있습니다. 이처럼 앵커링 효과를 알고 있어도 실제 투자에서는 자신의 매수가에서 심리적으로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7. 9,900원과 10,000원은 앵커링 효과와 조금 다릅니다.

 

 

가격 심리를 이야기할 때 흔히 10,000원 대신 9,900원이라고 표시하는 사례도 앵커링 효과라고 설명되곤 합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두 현상은 구분하는 것이 좋습니다.

 

9,900원은 실제로 10,000원보다 100원 저렴합니다.

 

그런데 사람이 실제 가격 차이인 100원 이상으로 큰 차이가 있다고 느끼는 현상은 주로 왼쪽 숫자 효과(Left-digit Effect)​나 단수가격 전략(Charm Pricing)​과 관련됩니다.

 

사람은 숫자를 왼쪽부터 읽기 때문에 10,000원은 ‘1만 원대’ , 9,900원은 ‘9천 원대’로 인식하기 쉽습니다.

 

따라서 실제 차이는 100원이지만 심리적으로는 가격 구간이 달라진 것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앵커링효과와 왼쪽숫자 효과는 많은 사람들이 혼동을 하지만 개념에 차이가 있습니다.

 

반면 앵커링 효과는 다음과 같은 경우입니다.

 

정가 20,000원 → 현재가 12,900원

 

여기에서는 먼저 제시된 20,000원​이 이후 가격 판단의 기준이 됩니다.

 

쉽게 구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9,900원 vs 10,000원 → 왼쪽 숫자의 차이가 가격 인식에 영향을 줌
  • 20,000원을 먼저 본 뒤 12,900원을 봄→ 먼저 본 20,000원이 판단의 기준점이 됨

둘 다 소비자의 가격 심리와 관련이 있지만 작동하는 심리적 원리는 서로 다릅니다.

 


8. 앵커링 효과에 덜 흔들리는 방법

 

 

앵커링 효과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어렵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어떤 기준을 이용해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몇 가지 습관으로 영향을 줄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처음 제시된 숫자를 잠시 지워보는 것입니다.

 

정가 200,000원, 할인가 129,000원이라는 상품을 봤다면 “71,000원이나 할인한다.”고 생각하기 전에 이렇게 질문해보는 것입니다.

 

“20만 원이라는 숫자를 보지 않았더라도 나는 이 상품에 12만 9천 원을 지불할까?”

 

두 번째는 외부 기준을 비교하는 것입니다.

 

쇼핑이라면 다른 판매자의 가격을 찾아보고, 자동차라면 여러 곳의 견적을 비교하고, 부동산이라면 호가보다 실거래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한 개의 기준에 의존하지 않고 여러 자료를 비교하면 특정 앵커의 영향을 줄일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중요한 협상 전에 나만의 기준을 먼저 만드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구매한다면, 목표 가격 4,500만원 /  적정 가격 범위 4,300만~4,700만원 / 최대 지불 가능 가격 4,800만원처럼 자신의 기준을 미리 정해두는 것입니다.

 

그러면 판매자가 5,500만 원이라는 가격을 먼저 제시하더라도 그 숫자가 곧바로 나의 기준이 되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앵커링 효과를 이해하고 나면 쇼핑몰의 가격표도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예를 들어,

정가 159,000원, 67% 할인 / 오늘만 52,900원

 

이라는 문구를 봤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우리의 머릿속에서는 자연스럽게 159,000원 → 52,900원이라는 비교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159,000원에 비해 싼가?”가 아니라 “이 상품 자체가 52,900원의 가치가 있는가?”

 

앵커링 효과를 안다는 것은 모든 할인이나 가격표를 의심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내가 지금 어떤 숫자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는지 한 번 더 확인하는 것입니다.

 

쇼핑, 자동차 구매, 부동산, 연봉 협상, 투자처럼 돈과 관련된 중요한 선택에서 이 작은 차이가 의사결정을 크게 바꿀 수 있습니다.

 

앵커링 효과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처음 접한 숫자나 정보가 마음속에 기준점으로 자리 잡아 이후의 가격 판단과 선택에 영향을 주는 현상입니다.

 

 

 

 

다음에 할인 가격표를 보게 된다면 한 번 이렇게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나는 지금 이 가격 자체를 보고 있는 걸까, 아니면 먼저 보여준 숫자와 비교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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